슬픔·좌절·분노, 이 세 가지는 살면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이러한 감정을 지혜롭게 다스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무기를 다루고 상하관계가 뚜렷한 조직에 몸담은 군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감정을 조절하고 역경이 닥쳤을 때 이를 잘 버티고 다시 일어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정답은 바로 인성이다. 인성교육은 장병들에게 건강한 병영생활을 영위하게 할 뿐 아니라 개인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올바른 인성을 갖춘 장병들은 전역 후 건전한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 역할을 한다. 또 개성이 강하고 조직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신세대 장병들에게 군 생활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무형의 전투력인 정신전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육군이 최근 ‘장병 인성 바로 세우기’ 프로그램을 본격 도입한 것도 이 이유에서다. 최전방 GOP 투입을 앞두고 모범적인 장병 인성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육군12사단의 사례를 소개한다.
간부 전원 지도사 자격증 취득
복도 벽면엔 용기 북돋우는 문구가 가득
“오늘 정말 훌륭했어. 네가 최고다. 우리 조금 힘들고 지쳐도 웃음을 잃지 말자.”
15일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육군12사단 독수리연대 대곡리대대 복도 벽면에는 장병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문구가 가득했다.
청소하고 있던 장병들은 낯선 손님(?)인 기자를 환한 얼굴로 맞아줬다. ‘격오지 부대에서 군 생활 하는 장병들의 표정이 어쩌면 이렇게 밝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중대장 한승길 대위는 이렇게 풀어줬다.
“중대 간부들은 장병 인성 바로 세우기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장병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즐겁게 훈련하고 병영생활을 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죠. 전 간부는 인성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성을 갖췄고 중대 자체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단결력을 기르고 전우애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중대는 안아주기 운동, 웃음 체조, 소대 단위 단결 활동, 고운 말 주고받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장병들 사이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또 11명의 중대 간부 전원이 최근 인성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장병들에게 전문적인 인성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함께하는 공부 능률 쑥쑥
인성교육 위해 모두가 한마음
“간부 개인의 경험과 단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형식적인 인성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간부들이 직접 전문가가 돼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죠. 훈련 기간에는 공부 흐름이 끊기기도 했지만, 전문 강의를 듣고 시험을 함께 준비하는 간부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스스로 채찍질을 했습니다.” 한 대위의 말이다.
강원도 산속에 위치한 부대 특성상 간부들이 학원을 다니며 인성교육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 한 대위가 선택한 것은 인터넷 원격 강좌였다. PC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데다 시험도 온라인으로 볼 수 있어 중대 간부들에게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중대 간부들은 장병 인성 교육을 위해 한마음이 됐다. 함께 공부하니 능률도 쑥쑥 올랐다. 각자 공부를 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스터디를 했다.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하는 발표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이 생겨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었습니다. 강의 때 배운 이론을 중대 상황에 적용해 보는 토의 학습은 실전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김지연 하사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스터디가 큰 역할을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격증을 취득한 간부들은 그 능력을 현장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학습한 이론을 적용해 면담하고 복무 부적응자를 식별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는 것.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우울증을 앓고 있던 장병을 조기에 식별해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고 현역복무 부적합 심의를 받게 하기도 했다.
한 대위는 “과학적 식별 도구인 적성적응도, 스트레스 검사, 우울증 검사 등을 통해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들을 파악해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면담했다”며 “문제의식을 느끼고 면담을 하니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장병들의 사소한 문제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장병 인성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 GOP에 투입돼서도 계속될 것”
스마트폰 강의-토론식 스터디
“심리 유형에 따라 상담 방법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성향이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 또 직관형인지 감각형인지는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를 통해 성향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상담법을 적용한다면 장병들이 마음을 더 쉽게 열지 않을까요?”
김 하사가 장병 성향에 맞춘 상담을 해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용희 중사도 의견을 냈다.
“심리상담 기법 중에 색채 심리검사 방법이 흥미롭더군요. 배색관계를 통해 내담자의 기분과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내용이죠. 고민이 있는 장병들의 기본적인 심리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그림을 수집하고 실제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중대 회의실에서는 일과를 끝내고 모인 간부들의 상담능력 향상 스터디가 한창이었다. 인성교육의 효과를 톡톡히 본 중대 간부들의 학구열은 상담능력 향상 학습으로 이어졌다. 매주 진행되는 토론식 스터디는 인성교육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할 때와 유사하다. 항상 휴대하는 스마트폰으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강의를 듣고 토론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힌다.
중대는 곧 최전방 GOP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중대가 맡게 될 ○○소초는 차량 접근이 불가능하고 5000개의 계단을 올라야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외딴곳에 있다. 투입될 GOP는 책임구역이 넓고 지형이 험해 장병들의 근무 피로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 간부들이 인성지도 능력과 상담 능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한 대위는 “전문 상담관들이 소초를 방문하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복무 부적응자를 조기에 식별하고 적절한 상담을 통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간부 스스로 전문가가 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간부 전원이 인성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만큼 GOP에 투입돼서도 장병 인성 바로 세우기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사진 < 양동욱 기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등록일: 2016-05-09
